수강생 후기

금융사관학교 8기 화요일반 김장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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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장생 작성일14-11-23 22:49 조회2,38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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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지십 효과’

  문일지십(聞一知十)이란 말이 있다. 하나를 듣고 열 가지를 안다는 뜻이다. 본 수업의 가치는 그곳에 있다. 일명 ‘문일지십 효과’. 수업 하나를 들었을 뿐인 데 책 몇 댓권을 읽은 효과가 난다. 역사에서부터 정치적 배경 그리고 그에 따른 경제 이론까지. 꽤나 방대한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가 잘 돼있다. 심지어는 몰입도 까지 있다. 4시간 이란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팀 체계의 긍정적 효과’

  본 프로그램은 팀 체계를 도입한다. 학생들은 모두 조를 편성 받는다. 일명 친구가 생기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해서 총 4번밖에 만나지 않아 깊은 정을 쌓을 순 없지만 수업 시간을 혼자 보내지 않는다는 생각은 분명 집중하는 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심지어 그 친구들은 한 번 ‘필터링’된 친구들이다. 모두가 성실하고 열정적이다. 태도가 훌륭하니 수업 분위기도 좋다. 팀 체계의 긍정적인 효과이다.

  From 추천? to 추천!  으로까지.

  25년이란 시간이 흘러오는 동안, 내 인생은 경제와 평행선 상태만을 유지해온다. 유일한 교점이라곤 1학년 때 읽은 ‘맨큐의 경제학’ 정도. 그런데 이마저도 절반도 채 읽지 않곤 책장을 덮었다. 그것이 내가 경제와 마주친 유일한 접점이었다. 이후 우리는 아무런 함수 관계도 갖지 않는다.
 
신문은 나에게 커다란 암호문과 같았다. 몇 차례 해독하기 위한 시도를 감행했었다. 하지만
문 하나 여는 데도 내 완력은 너무나 부족했었다. 그렇게 며칠이 걸려 문 하나를 간신이 열었다. 이제는 뻥 뚫린 고속도로만이 나를 기다릴 줄 알았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문 너머에는 또 다른 문이 존재했다. 그 문 뒤에는 또 다른 문이 존재했고 그러한 현상은 끊임 없이 반복 됐다. 마치 시지프스의 저주에 걸린 것만 같았다. 그런 고통스러운 비탈길 중간에서 나는 포기를 선언한다. 이후로 신문은 넘지 못할 동경의 대상일 뿐이었다.

  나는 현재 경제 전문가 과정의 끝 지점에 와있다. 그 고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지금 신문을 꺼내 들어봤다. 신문이 읽혔다. 과거와는 다르게 그들이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성장한 것이었다. 4주간의 과정은 저 수 많은 문들을 한 번에 통과시켜주었다.

  재밌는 사실은 수업 내용이 버겁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PT 훈련을 받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단기간에 식스팩을 배에 새기는 것은 정말 뼈를 깎는 고통을 필요로 한다. 수강 이전에는 이 수업이 그런 고통을 수용하도록 내게 강요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본 수업의 목표는 그것과는 달랐다. 그저 묵묵히 오른 손에 열쇠를 쥐어주는 것뿐이었다. 문을 열어주지 않고 열 수 있는 열쇠를 쥐어주었다는 것. 이것은 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닌 잡아주는 방법을 가르쳐주라는 선대의 가르침을 그대로 이행해주는 것이었다.

 이 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경제의 초절정 고수가 되진 않는다. 그저 저 험난하고 복잡한 신문의 미로 속을 해쳐나갈 수 있는 무기를 가질 수 있다는 정도일 뿐이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에 본 강의의 가치가 있다. 생각할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추천?’을 ‘추천!’으로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